와스프는 '엥글로색슨계의 신교도 백인종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약자로 현대 미국사회 주류 지배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사람들을 선구자로 해서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자손으로, 자신들을 다른 민족이
나 종교로 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이 말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이는 자기들 이외의 모든 인종집단들을 계속 지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이들 와스프는 현대 미국사회 주류로 확실하게 자리잡으며 정계, 재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 되기도 했다.
1920년대까지는 미국 200대 기업 대부분이 와스프 소유였으며 미국의 정치권력도 이들 독점체계로 이어졌다. 보수성이 강한
와스프는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자녀들을 엄격히 교육시키며 자기들만의 사교모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배타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 엘리트 그룹은 문화다원주의 시대를 맞아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유대계, 카톨릭계,
유색인종 등에게 기득권을 배분하는 등 자신들만의 영역을 개방하고 있다.
사실상 와스프라는 말은 영어권 사회를 넘어서 사회의 엘리트그룹을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널리 쓰이기도 하며, 재미있게도
말벌(wasp)처럼 톡톡 쏘는 성미 까다로운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용어가 배타적이고 비 창조적이라는 의미를 가진 경멸투의 말로 쓰이는 경우도 있으며, 게다가 유럽계 미국
인들에 대한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욕설로까지도 의미가 전용되었다.
특권층이라 불리는 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확연히 달라지는 법. 역
사상 "개척정신"이라는 미명하에 북 아메리카 인디언들 삶의 터전을 짓밟고 얻어낸 지위가 와스프임을 생각할 때,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에서 자신들의 부와 특권을 사회에 나눠줄 의무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